경기도
산행의 기본예절
기사입력: 2016/11/02 [09:24]  최종편집: ⓒ 보도뉴스
이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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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습관이 중요하다. 한번 몸에 배면 고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나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 한다’는 말이 첫 습관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들이 처음부터 올바른 습관을 지니도록 애쓰고, 학교에서도 새학기가 되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올바른 습관을 몸에 배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산행 습관도 길들이기 나름이다. 처음 산행에 나설 때 부모님이나 선배들이 가르쳐 준 습관은 두고두고 그 사람의 산행 습관을 결정하게 된다. 관습적으로 ‘옛날부터 해 왔어도 산불이 안 났어, 나야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는 행동이 가장 위험하다. 지난 2000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도 결국 작은 휴지를 태우는 사소한 행동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깨끗한 차량과 유리창이 깨진 차량을 놓아두고 수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유리창이 깨진 차량에서 더 많은 파손과 도난이 발생했다.

미국 뉴욕경찰청이 이 이론에 착안해 지하철의 낙서를 지우고 깨끗한 환경을 유지했더니 범죄 발생이 80%이상 줄었다고 한다.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도 공공장소나 식당 같은 다중 이용시설에서 선뜻 담배를 꺼내지 못한다. 그러다가 누군가 담배를 피우면 여기 저기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게 된다. 우리 생활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러한 현상도 ‘깨진 유리창 이론’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불에 타기 쉬운 나뭇가지나 낙엽이 쌓인 산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불을 놓으면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등산객이 많은 산에 가보면 등산로 입구, 입간판 등에 인화물질을 가져가지 말 것과 불을 사용하거나 놓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알리는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예 처음부터 산불의 빌미가 될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산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 나아가 다음 세대가 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는 위험천만한 결과를 만들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오늘 내가 산에서 얻은 휴양과 심신의 건강 등 다양한 혜택을 다음에 찾을 때도 얻을 수 있고, 또 다음 세대는 더 많이 누리기를 바랄 것이다.

산림청 통계에 의하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내는 산불이 매년 연평균 166건(2003-2012년) 이상으로 전체 산불(387건)의 43%를 차지한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이 아끼고 사랑해야 할 대상인 산을 잿더미로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 모두가 산행에서 기본예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때가 됐다. 잘못된 관행은 고치고 새로 관행을 시작하는 사람들한테는 올바른 산행 예절을 가르켜야 한다. 그 예절을 지키는 데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는 것도 아니다. 너무나 쉽고 간단해서 굳이 예절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싶을 정도다. 산에 갈 때는 라이터나 버너 등 인화물질은 아예 두고가기,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불을 사용하지 않기 등 매우 쉬운 것들이다. 

아울러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 새와 곤충, 이 모두가 산림생태계를 이루고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책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러한 작은 노력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 다음 세대를 위해 산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숲을 산불로부터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산불은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각자가 조금만 주의를 한다면 막을 수 있다. 싱그러운 봄날, 붉은 불기둥에 삼켜지는 푸른숲의 안타까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 함께 산행에 대한 기본예절을 가져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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