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하는 농사꾼
마을 할머니들에게 인정받는 밀가루- 유기농 밀농사 짓는 조성근
기사입력: 2012/08/27 [18:31]  최종편집: ⓒ 보도뉴스
김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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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년(77)할머니의 자랑이 대단하다.

“꼬시고(고소하고) 맛있어. 말하자믄 우리 옛날에 농사지은 밀가리(밀가루)랑 똑같제. 시방 그런 밀가리 찾아볼 수 없어. 산 밀가리는 허야니, 뽀야니 뽄만 좋제, 맛은 뭘 해묵어도 옛날 맛이 안난디, 성근이 밀가리는 옛날 우들이 해묵은 밀가리 그대로랑께.”

산서초등학교 교가에 등장하는 영대산. 그 영대산 자락 밑에 자리한 마을이 학선리 구암마을이다.

조성근씨는 구암마을에 귀농한 농사꾼. 조성근씨 농사짓는 얘기를 들으러 갔다가, 마을회관에 잠시 들렸는데 마을 할머니들의 조성근씨 밀가루에 대한 평가가 쏟아진다. 하나같이 “옛날 밀가루 맛 그대로 옛날 절구에 빻아먹던 미락루 맛” 이라는 것. 칼국시(칼국수), 폭국시(팥국수) 수제비 해먹어보면 맛이 제대로 난다는 것. “성근이 밀가리로 반죽해보믄 금방 안 다는 것.”

마을 할머니들의 조성근씨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어른들이 하자고 하는 대로 한게 좋아.” “이런 젊은 양반이 시골에 많이 있어야 한다…. 우리 마을은 성근이 있슨께 오지제.” 마을 어르신 뜻을 잘 받아주는, 그렇게 마을일을 챙기는 사람이다.

조성근씨는 고백한다. “원래는 구암마을에 눌러 있을 생각은 없었다. 처음에는 이곳에 우선 자리 잡고 다른 마을을 알아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며 구암마을이 너무 좋아졌다. 나의 가장 큰 기쁨은 내가 지은 농산물이 마을 할머니들에게 칭찬 받는 것이다. 평생 농사지어온 분들게 칭찬 받는 것은 농사를 제대로 지었다는 얘기 아닌가. 많이 칭찬 받고 있다. 하하.”


조성근씨는 밀가루 농사를 비롯해 대파, 양파, 케일, 쌀농사 등을 짓는다. 귀농을 시작할 때부터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하지 않는 친환경 농사를 고집하고 있다. 장수를 택한 것도 친환경 농사를 짓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장수 산서면은 공장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 없고, 신호등이 없다. 그만큼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다. 또한 장수는 고지대 지역으로 농작물을 해치는 병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가 지은 농작물 가운데 마을 할머니들에게 확실히 인정받고 있는 것이 밀농사다. 구암마을 할머니들은 밀가루를 그에게 구입해 드시고 있으니 말이다. “돈 안 받고 그냥 드리고 싶은데도 절대 안 된다. 어떻게든 돈 던져주고 가신다.”

성동댁 임희자(67)할머니는 “아이고! 우리가 농사 안 지어봤으면 몰라. 얼매나(얼마나) 고상(고생)한지 우리가 더 잘 안디, 준다고 그냥 받아가믄 되겄어. 애쓰게 농사지은 것인디” 한다.

조성근씨의 밀농사 얘기를 들어보면 할머니들이 말하는 “고생”이 느껴진다. 유기농 농사는 손이 많이 간다. 모든 것을 몸으로 다해줘야 한다. 제초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풀을 일일이 매줘야 한다.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기 때문에 거름도 손수 해야 한다. 그가 시중에서 구입해 사용하는 비료가 하나 있는데 ‘유박거름’. 콩과 깻묵, 여러 가지 농산물을 섞어 만든 퇴비다. 6월 중순 경에 수확해서 햇빛에 말려 풍구로 먼지를 날려준다.


조성근씨는 지역 사람들에게 ‘산서고무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할 때도 외출할 때도 고무신을 신고 다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편하니까”. 특히 농사일 할 때 고무신처럼 실용적인 신발이 없단다. 농사일에 대한, 지금의 그의 생각은 어떨까?

“100명의 농사꾼이 있다면 100가지의 농사법이 있는 것이다. 농사짓는 방법이 다 다르니까. 심고 가꾸는 과정이 좋다. 해마다 농사는 다르다. 눈 오고 비 오는 것에 따라 농사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루해야할 틈이 없다.”

농작물은 그의 손이 가는 만큼 자라주고 열매를 맺혀 준다. 논두렁 밭고랑을 한 번 둘러본 것과 두 번 둘러본 것. 농사는 그 차이를 보여준다. 조성근씨 농사짓는 재미는 그것이다. 농작물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 공을 끊임없이 들여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그러나 그는 “그보다 즐거운 일은 하나 더 있다”고 말하는데 바로 “술 마시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농사일이다. 하하.” 조성근시는 말한다. “농사일처럼 사람을 돈독하게 하는 게 어디 있나. 농사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주위 사람들 도움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이 농사일이다. 사람들과 함께 일 하면서 새참으로 나눠먹는 막걸리, 이 즐거움을 빠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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