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소방중심의 재난대응 시스템 마련되어야
기사입력: 2016/12/05 [09:08]  최종편집: ⓒ 보도뉴스
김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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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침몰로 진도 앞바다에서 300여명이 희생 또는 실종되었다. 애끓는 통곡과 간절한 기도마저도 차가운 파도는 외면하였다. 우리는 지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비통함을 안고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앞으로 어찌해야할 지에 대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천직으로 알고 30여년을 보내고 퇴직한 지금, 세월호는 내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묻는다. 부끄럽다. 너무나도 부끄럽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두려움 속에 떨면서도 따랐던 학생들은 내 손주 녀석들이고 구조에 우왕좌왕했던 사람들은 우리의 모습인 것 같아 숨이 막혀온다. 

물이 차오르는 선실에서 헬기가 왔으니 곧 구조될 것이라며 서로를 위로했던 그들에게 우리는 지푸라기 하나도 건네주지 못했던 것이다. 왜 못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한번도 제대로 된 준비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험도 없었고, 훈련도 없었다. 해보지 않은 일을 잘 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런 저런 수많은 매뉴얼만 있으면 되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말이다. 오로지 실전과 경험 속에서만 매뉴얼은 의미가 있게 된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이런 재난대응의 총체적인 부실을 반성하고 해양경찰청 해체라는 초강수와 함께 총리실 산하에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각 행정부처가 관련된 대형재난발생시 효율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분명  세월호 참사때 해경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유능한 현장인력이 있었음에도 지휘부의 인적구성이 현장경험이 없는 탁상행정, 보여 주기식 보고행정 전문가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험 속에서 단련된 지휘자가 없었다는 말이다. 이와는 달리 소방은 연간 270만 건의 화재·구조·구급·생활안전 현장에서 실전경험을 통해 현장대응능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현재 소방의 한계는 중앙과 지방으로 나뉜 이원적 조직체계라고 볼 수 있다. 재난 발생시 골든타임의 중요성은 누구든지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재난 발생초기에 즉각 대응이 가능한 선결조건은 단일화된 조직의 일사 분란한 지휘체계의 구축이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의 담화에서 강조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는 대응조직의 일원화를 전제로 재구성되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급박하게 전개되는 재난상황에서 정해진 답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단련된 인력과 앞으로 전개될 상황판단 능력으로 다수의 인명을 구조하고 대피시키는 효과적인 지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책만으로는 배울 수 없고 오로지 땀과 피와 눈물로 점철된 뼈아픈 경험으로만 채득되는 조직적인 능력이다.

이러한 단일한 틀 내에서 조직적 대응경험이 없이 유사시 필요에 의해 다른 조직과의 유기적인 연계는 말로는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수많은 훈련을 통해서만 그 효과를 보장할 수 있다. 또한 서로 다른 조직을 통합하기 위해 또 다른 상위조직을 지휘부로 구성하는 것도 옥상옥이 될 공산이 크다. 즉, 대응의 신속성과 통일성을 저해한다. 

오늘날은 재난환경이 복잡·다양해지고 있어 완벽한 예방대책을 세우기도 힘들뿐더러 최선의 대책을 수많은 예산을 들여 대비하더라도 재난발생을 원천 차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대응을 위한 다양한 조직을 무한정 만든다는 것도 무모한 전시행정이라 할 수 있다. 

결론은 재난현장 대응조직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단일화된 조직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 책임과 역할을 소방이 할 수 있도록 현장소방인력과 재원 등 여건을 조성하라는 것이 이번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뼈아픈 교훈이라 할 것이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희생자들의 영면과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의 조속한 귀환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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